안녕마인
김현희
2026-01-07 04:47:18
조회수 112
안녕, 마인!
센터에서 퇴소한 뒤 시간이지나 사회에서 또 다른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센터에 있을 당시에는 퇴소만 하면
내가 상상했던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센터의 규칙 때문에 하지 못하고 억눌렸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전 지내왔거든요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생활해 보니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잠시 꿈을 꾸었던 ㄱ구나’라는 것이였어요ㅎㅎ
물론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지루한 영화 장면은 배속으로 넘기며,
센터에서는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면 늘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튜브를 켜면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가던 그 시간들이
그저 좋기만 했었죠
그러나 결국 현재는
원하는 것과 놓친 학업을 따라잡기위해
센터에서의 규칙적인 시간표보다
더 바쁘고, 어쩌면 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에요.
많은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만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면,
센터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
어떤 과목이든 하나 정하여
궁금한 점이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선생님들께 많이 질문해 보기를 추천해요.
밖으로 나와 보니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특히 기초가 부족하거나
선생님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질문을 하다 보면,
학원 선생님들께서 질문에 대한 설명보다는
얼굴이 뚫릴 것 같은 따가운 눈초리와
‘내가 선생님의 화를 돋우게 만들었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는 분위기를 자주 마주하게 되어
다시 공부와 멀어질 수도 있으니까요.ㅎㅎ
센터에 있었을 당시에는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며
선생님들을 귀찮게 해 드린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제 실력을
가장 많이 성장시켜 주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해가 되니 공부에 대한 거부감도 훨씬 줄어들었고요.
센터가 그립다기보다는
센터 선생님들과 수녀님들이 그립고,
무엇보다 대충 끼니를 때우다 보면
문득 센터 밥도 떠오르곤 하더라고요.
지금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마인들 중에서도
좋은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함께 공존하며
언니, 동생, 친구들과 생활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고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
마음의 문을 억지로 열지 않아도 괜찮지만,
마인 여러분이 언젠가
다시 시작할 준비는 되었으나
방법을 알지 못해 막막함을 느끼게 될 때에는
선생님들과 수녀님들을
꼭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적어도 제가 센터에서 뵈었던
선생님들과 수녀님들께서는
단 한 분도 빠짐없이
외면하지 않으시고
함께 손을 잡아 주실 분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니까요
성인만을 바라보며 생활하던 청소년이
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어느덧 앞자리가 바뀌게 되었고,
드라마틱하게 삶이 변화하기보단 별 다를 것 없이 2시간뒤
또 지겹고 힘든 하루를 시작하겠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은 소중하니까요!
마인 모두 추운겨울에 감기 조심하길 바라고
각자 원하는 삶에 한걸음씩 다가갈 수 있길!